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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자가집수리는 매일이 이사 같다.

na1g 2019. 11. 3. 12:45

1. 살 것이 무지하게 많아진다.

이번에도 식탁세트, 건조기, 매트리스, 기타 수납용 소품들

작게는 몇 천원부터 크게는 백만 원이 넘는 금액까지

다양하게 돈이 들어간다.

 

2. 인테리어 업자들이 왜 돈을 많이 받는지 알겠다.

우린 인건비가 없어서 재료비만 들었지만

골병을 얻었다.

수리를 시작한 지 3주차가 되자

회사에 가는 게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 편해졌다.

 

3.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

여행보다 더 버라이어티하고,

주식보다 더 예측할 수가 없다.

현재 70% 정도 수리가 진행됐는데

내 맘대로 된 건 책상과 침대 하나뿐이다.

 

4.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간다.

내 집이라 그런지 뭐든 마음대로

덕분에 일관성이 1도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처음에 말했던 배치도는 이미 망가진 지 오래고

벽지이나 내장재들이 다른 재료들로 바뀌는 데다

직접 일하는 건 내가 아니다 보니

완성된 부분이 내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다.

 

5. 정리의 신도 힘들다.

나름 정리 엄청 잘하는 데다

어디든 테트리스를 잘하는 편인데

해 놓아도 사용하는 사람이 제멋대로면

하나마나한 상태가 된다.

내가 매일 정리해도

그 많은 물품들은 어느 구석에 사라져 있는 것일까?

 

6. 가족과 함께 일하는 건 친구와 동업하기보다 어렵다.

그냥 인부를 쓰고 말리라 다짐하게 됐다.

돈 주고 내 맘대로 하는 게 낫다.

뭘 하나 할 때마다 지옥이 따로 없다.

설명하고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면 또다시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

하아~

진짜 그냥 돈 쓰고 말겠다.

 

7. 버리는 게 남는 것이다.

그동안 묵은 것들을 비워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하지만 짊어지도 가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다면

이 부분에서 상당한 스트레스가 생긴다.

아버지가 건축 쪽 하셔서 수많은 공구가 있는데

무슨 컬렉션을 하는 건지

공구만 보면 있는 것도 모으느라 혈안이다.

덕분에 우리 집엔 전동드릴이 대 여섯 개,

콤프레셔가 4개 정도 있다.

이번에 집 공사를 끝으로 이제 일을 접으실 거라

하나씩만 남겨두고 버리자고 했더니

삐져서 며칠 째 냉전 중이다.

그래도 엄마랑은 말이 통해서

아빠 몰래 숨겨서 많은 것들을 버리고 있다.

모으면 돈 되는 거 옛날 말이다.

아끼면 똥 되고, 모으면 돈 나간다.

이번에 폐기물 트럭 2대 분량 버렸는데,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앞으로도 한 대는 더 부를 것 같다.

제발 기억하자 묵히면 쓰레기고 쓰레기는 돈 주고 버려야 한다.

 

공사하고 회사 다니느라 스트레스받았던 것을

블로그에 썼더니 그나마 속이 좀 풀린다.

이제 두 번 다시 안 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늦춰지더라도 꼼꼼하게 하는 건데

힘이 두 배로 든다.

 

다 마치면 부모님 온천여행 보내고 편히 좀 쉬어야겠다.

기분이 좋아지는 하늘 사진 - 이런 기분으로 공사를 마쳤으면 소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