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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타이완) 여행기(4) - 베이터우 (옮김) 본문

해외여행/타이완

대만(타이완) 여행기(4) - 베이터우 (옮김)

na1g 2019. 12. 13. 12:21

드디어 3일째의 아침이다.
오늘은 베이터우 온천 지역과
영화로 유명하다는 단수이지역을 갈 예정이다.

아침에 대충 조식을 챙겨먹고
신베이터우 역에 도착하니 9시 쯤 되었다.
일단 어제 하룻동안 많이 걸어서
아픈 다리를 쉬게 해 줄 요량으로 
푸싱공원에 있는 무료 족욕장으로 갔다.
족욕장에는 이미 근교에 사는 현지인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다리나 관절이 안 좋은
노인들에겐 아주 좋은 곳이었다.

무료로 운영하는 야외 족욕장이지만
신발이나 물건을 넣어 둘 수 있는
선반이나 의자가 있어 편리했다.
물론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건 아니어서
가져간 짐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여럿이 갔을 땐 꽤 괜찮을 것 같다.

(족욕이긴 하지만 땀빼고 나선
시원한 우유랑 당분보충이 필수!!!
근처에 널리고 깔린 게 세븐일레븐.
가면 신선한 우유랑 먹기좋게 잘라놓은 과일들이 있다.
맘에 맞는 것을 구입해서 온천 후 먹으면 꿀맛이다~)

다리의 피로를 풀고 구글맵에서
지열곡을 찾아서 걷다보니
곳곳이 온천이고 숙박시설이다.

(베이터우에는 중국역사에서 유명한 서안사건의
장본인인 장학량이라는 사람이
55년간 유배되었다는 선원이라는 곳도 있다.
역사적으로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열곡 - 예전엔 지열곡에 익힌 계란을 팔기도 했다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붓기 빠진 발에 쭐떡이는 신발을 신고
지열곡 앞에서 나 여기 왔음 인증샷 하나 찍었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좀 일찍 움직였던 모양이다.

사진으로 봤던 온천 발원지는
수증기만으로도 후끈함을 안겨주었다.
사진 몇 장 찍었더니 땀이 줄줄 흐른다.
당일날 그리 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증기에 잠깐만 있어도 후끈 달아오르는 지열곡. 바로 옆엔 온천수가 아닌 계곡이 있다.

 


신기하게도 지열곡 옆으로 작은 계곡이 있는데
이 물은 찬물이라 온천물과 만나는 곳에는
수증기가 없이 그냥 평범한 계곡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더 있다가는 증기에 쪄질 것 같아 서둘러 밖으로 나오니
나무 그늘이 있는 곳 부터는 살 것 같았다.

 

온천 박물관의 모퉁이. 우리나라 정자각에서 바람을 맞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점심으로 만래라면이라는 온천수라면을 먹으려고 했으나
아침 먹고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했더니
배가 안 고프시다는 부모님때문에
패스하고 오는 길에 초등학생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던
온천박물관으로 바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커보였는데 안에는 볼 게 별로 없었다.
아니 거의 전무했다.
그냥 좀 시원한 곳이 있다는 것 정도...

 

온천 박물관 내의 대욕장. 일제시대 일본 군인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특별히 볼 게 없다면 스킵하고 바로
건너편에 있는 도서관에 잠시 머무르면서
아늑하고 조용한 느낌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온천 박물관 외부에 조성되었던 정원, 지금은 많은 부분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

 

 

온천박물관은 전형적인 일제시대 건물로
우리보다는 친일정서가 많은 일본에서
일본식의 건축물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은
자연친화적이어보이는 베이터우에 잘 어울리게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이 연상되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가볍게 읽은 책을 가지고 가서
한 켠에 자리잡고 독서를 해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온천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베이터우 도서관. 나무로 지어진 건물인데 그윽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오전일정을 거의 다 마치고
마지막 일정인 개인욕탕이 있다는 청황명탕으로 향했다.
타이베이 도서관에서 걸어서 10여분 정도 였던 것 같다.

중간에 편의점에서 요구르트와 아이스커피,
그리고 갈증을 달래줄 물을 사는데
어디선가 기관총 소리같은데 들렸다.
부모님도 나도 식겁해서 놀라는데
현지인들은 너무나 태연하게 있길래
별일은 아니겠지 하면서 온천으로 갔다.

(나중에 온천을 마치고 나와보니
오늘이 그 지역 무슨 축제였던지
총소리는 폭죽이 터지는 소리였고,
아이들이며 어른들이 길게 행렬을 이뤄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지난 번 일본 교토에 갔을 때도 용왕축젠가?
일년에 3일 하는 그 축제 기간에 가서
퍼레이드를 관람했었는데,
이번에도 참 타이밍 좋게 축제 참관을 했다.
물론 시끄러운 폭죽소리와 엄청난 화약냄새로
금세 자리를 떠야 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날이었다. ^^)

온천은 1인 1시간에 350TWD로 알고 갔는데
룸 하나에 350TWD 여서 부모님 하나, 나 하나
이렇게 두 개를 빌려 700TWD 였다.
룸은 생각보다 컸는데, 혼자 목욕하기 적당했다.
물은 반 정도만 채워 반신욕을 즐겨도 되고,
80% 정도를 채워 전신욕을 즐겨도 된다.

유황온천이라 금세 피부가 미끌미끌해졌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얼굴에 닿으면 따갑다고 해서
얼굴에 안 닿게 엄청 주의 했는데,
마지막에 물 청소 한다고 남겨둔 온천수에
생각없이 세수했다가 하루종일 화끈거려 죽을 뻔 했다.

(만약 엄마랑 둘이 여행하는 거라면
룸 하나만 빌려도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수분보충을 위해 물 꼭 가지고 가고,
내 경우엔 욕탕에서 아이스커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럭저럭 만족한 베이터우에서 온천욕을 마치고
역에 있는 스시테이크아웃에서 10개에 90TWD짜리
하나 사서 사이좋게 나눠 먹은 뒤 단수이행 열차에 올랐다~